지난 3월부터 시작된 시네마테크KOFA 상영 프로그램 ‘
시대를 앞서간 시네아스트, 김기영 전작展’(이하 ‘김기영 전작전’)과 관련해, 4월 1일 <
반금련>(1981) 상영 후 배우
이화시 씨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김기영 감독의 페르소나로서 <
이어도>(1977), <
파계>(1974), <
혈육애>(1976) 등 다양한 작품을 함께 작업했던 그에게 김기영 감독에 대한 기억을 물었다.
김세연 지난 3월 27일 개최된 ‘김기영 전작전’ 개막식에서 ‘그의 작품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어 너무나 뜻깊다. 이번 전작전이 김기영 감독의 영화적 숨결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원한다’는 말로 인사말을 건넸다. 많은 작품을 함께 하신 만큼 소회가 남다르시리라 생각되는데, 배우 이화시에게 김기영 감독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다.
이화시 나의 배우 생활은 김기영 감독님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나는 다니던 연기 학원을 잠깐 쉬고 있었는데, 학원에 있는 프로필을 보신 감독님으로부터 카메라 테스트에 응해보지 않겠냐는 뜻밖의 연락이 왔다. 후에 알고 보니 기존 신인 배우는 물론 미스코리아, 가수 등 여러 출연진을 물색했음에도 마땅한 연기자가 없어 캐스팅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연히도 내게 기회가 찾아왔고, 남산에서 진행된 정일성 감독님의 카메라 테스트를 거쳐 <반금련>에 출연하게 되었다. 우여곡절이 많은 작품이었지만 내가 연기자로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신 분이기에 감독님의 존재가 뜻깊다 할 수 있다. (<반금련>은 <파계>(1974)보다 먼저 기획된 작품이었으나 대본 검열, 외설 시비 문제로 인해 1시간 이상의 러닝타임이 삭제된 후 1981년에야 개봉될 수 있었다.
편집자 주)
김세연 다수의 작품을 함께 하신 만큼 감독님에 대한 기억이 각별하실 듯하다. 많은 이들이 감독님에 대해 그로테스크한 괴짜라고 생각하는데, 옆에서 본 김기영 감독님은 어떤 분이었나?
이화시 작품 성격상 그로테스크한 감독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굉장히 따뜻한 분이다. 연기 연습 중 식사 시간이 되면 같이 있던 모든 사람에게 스파게티를 직접 만들어 대접하기도 하셨고, 상당히 재미있는 성격이라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분위기를 밝고 환하게 만드셨다. 다만 촬영장에서는 자신만의 생각에 골몰해 있는 모습을 많이 보이셨다. 손이 참 예쁜 편이신데, 고민거리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으면 그 예쁜 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한동안 생각 속에 잠겨 있곤 하셨다. 작업에 대한 집중력이 상당하신 편이다.
김세연 감독님과 함께 한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화시 <이어도>다. 감독, 배우, 스태프 할 것 없이 모두 제주도에 내려가 한 달여를 머물며 촬영한 작품이기 때문인지 <이어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항상 촬영 현장에 붙어있다 보니 영화제작에 대한 어떤 깊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완성된 영화가 주는 감성 역시 내게 깊게 다가왔는데, 영화 속 민자(이화시)에게서 풍기는 좌절의 감정에 전염된 듯 영화를 볼 때면 쓸쓸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김세연 그런 기분을 상당히 오랜만에 다시 느꼈겠다.
이화시 그렇다. 이번 전작전을 통해 <이어도> <반금련> 등 출연한 작품을 모두 간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작품뿐 아니라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과도 해후하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덕분에 배우, 제작부원 등 함께했던 팀원들과 개막식에서 즐겁게 회포를 풀었다. 모두들 김기영 감독님의 제자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감독님 타계 20주기가 이렇게 의미 있게 치러질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들 뿌듯해했다.
김민회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