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집들이 빽빽이 들어찬 어느 주택가의 원경. 갑자기 어디선가 비명이 들린다. 관객을 호기심에 빠뜨리는 이 첫 장면을 지나면, 중학교 남학생과 초등학교 여자아이 남매가 어질러진 집 안에서 어른도 없이 단둘이 등교를 준비 중이다. 그리고 마을의 또 다른 집에서는 고등학교 남학생 한 명이 황폐한 집 안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파편>은 살인 사건으로 인해 부모를 잃고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가해자와 피해자의 아이들, 그들에게 떠넘겨진 모순적이고도 잔혹한 삶을 숨 가쁘게 교차한다. 불쌍하고 안타깝기는 양쪽 다 마찬가지여서 그들 사이를 번갈아 보며 우리는 감정의 격류에 휩쓸리게 된다. 감당할 수 없는 불행을 껴안은, 공생 불가능해 보이는 이 약자들의 쓸쓸한 밤이 지나자, 모종의 기적은 그때 일어난다. (정한석)
(출처 :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