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이젠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중학생 소은이는 최근 아빠에게 여자친구가 생겼음을 직감한다. 현서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의 정체는 바로 영어학원 선생님. 소은이는 그녀가 일하는 곳으로 학원을 옮기는데, 그 이유가 꼭 성적을 올리고 싶어서만은 아닐 것임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
박재현 감독의 영화는 늘 오래 생각한다. 인물들은 함부로 말하지 않고, 책임질 수 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또는 그러려고 노력한다) 오히려 말과 행동보다는 흔들리는 눈빛 하나, 작은 고갯짓 하나가 더 많은 감정과 마음들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듯 하다.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는 재능 따위는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이 영화의 인물들이, 그래서 결국 자기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일은 부디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영화 중간 소은과 현서가 서로 마주앉아 나누었던 대화의 한 구절을 옮겨 둔다. ‘선생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요.’ ‘어떤 사람인 것 같은데?’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모르게>는 어떤 영화인 것 같은데? 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는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라고 답변해 버릴지도 모르겠다. (최은규)
(출처 :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