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첫인상은 검도를 소재로 한 평범한 스포츠 영화 같다.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합류한 재우는 첫날부터 곧 탈락할 선수 취급을 받는다. 스포츠 영화의 익숙한 틀에 따르자면, 재우가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딛고 국가 대표로 선발되거나, 더 이상 승부가 중요하지 않은 명승부로 감동적인 성취를 맛보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그러나 웬걸, <만분의 일초>는 그 틀을 순순히 따라가지 않는다. 영화는 재우가 넘볼 수 없는 1등 선수 태수와 팽팽하게 대결을 펼치는 장면을 극 초반 선보이며 긴장의 고삐를 일찍 잡아챈다. 그로부터, 재우가 왜 이곳에 와 있는지, 그가 왜 이렇게 날이 서 있는지, 그 사연을 양파 껍질을 벗기듯 차츰 드러내 보임으로써 영화는 스포츠 영화에서 예리한 심리 드라마로 폭을 넓힌다. 뾰족하게 맺힌 마음은 재우의 검도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동시에, 그 너머로 이어지는 삶에서 그가 풀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걸 균형적으로 아우르는 결말이 꽤 사려 깊다. 검도 경기의 박진감을 짜릿하게 포착한 촬영도 눈여겨볼 만하다. (장성란)
(출처 :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