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중국어 수업 시간. 동우는 자는 척을 한다. 칠판에 써진 중국어 예문을 읽을 수 있느냐는 선생님의 물음에도 그저 모른다고만 답한다. 엄마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을 따라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동우는 공장에서 엄마와 우연히 마주친다. 〈동우〉는 학교와 집으로 분철된 디아스포라 2세의 세계를 면밀히 관찰한다. 공간을 사이에 두고, 동우의 목소리는 시소처럼 불안정하게 기울어진다. 중국인에 대한 친구들의 조롱에는 침묵하면서도, 한국어가 서툰 엄마의 질문에는 고함을 친다. 또래 친구들 사이의 암묵적인 서열에 으레 굴복하지만, 집에서만큼은 우위를 점하는 동우의 모습은 줄곧 아이러니하다. 집은 학교에서 겪은 이주민 혐오의 피신처가 되지 못하고, 부채감을 건네며 불편한 공간으로 거듭난다. 공간의 경계를 디딘 동우에게 중국어 수업 시간이 다시 찾아온다. 동우는 이제 용기를 내어 자신의 세계를 선언하려 한다. (안별이)
(출처 : 제11회 디아스포라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