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감독 병수(권해효)는 딸 정수(박미소)와 함께 인테리어 디자이너 해옥(이혜영)의 건물을 방문한다. 병수와 정수는 비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해옥의 소개로 공간 내부를 구경한다. 병수가 영화사 대표의 전화를 받고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해옥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꾸는 정수와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와인을 마시며 병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병수는 언제 돌아올까. <탑>은 마치 주술에 걸린 듯 내내 이 건물을 떠나지 못한다. 홍상수의 최근작들과 비교해봐도 이 건물을 감싼 시간과 구조는 모호하고 대담하다. 배우들은 그 형식에 어느 때보다 비범한 호흡으로 조응하며 중층적인 뉘앙스를 살려낸다. 더없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절묘한데, 결국엔 한 남자의 스산한 초상으로 남겨질 세계가 이렇게 탄생한다. (남다은)
(출처 :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