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국가유공자 영춘의 생애 마지막 꿈은 호국원에 묻히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는 그에게 묻힐 땅을 허락하지 않는다.
6.25 전쟁에 참전했던 85세 노인 영춘에게 ‘국가유공자’라는 명예는 삶의 전부다. 그 자부심으로 비루한 삶을 견뎌왔고, 죽음을 앞둔 시점에선 자신이 당연히 호국원의 한 자리를 차지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온다. 전쟁 당시 20일 이상 행방불명 상태였기에 탈영으로 처리되어 있었고, 그런 ‘불명예스러운’ 자에겐 호국원이라는 영예로운 공간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유공자>는 서사와 스타일의 과잉 없이, 조용히 스며드는 방식으로 테마를 전달하는 영화다. 한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어쩌면 사소한 사건 하나를 다루는 이 영화는 그 일을 통해 세대와 가치관을 이야기한다. 삶을 마감하기 직전의 순간에 평생을 지탱했던 ‘국가’라는 존재로부터 배신당한 영춘. 그에게 남은 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훈장 하나뿐이며, 자식들은 국가유공자였던 아버지를 그다지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 잔잔함 속에 페이소스가 있는, 울림 있는 드라마다.
(출처 : 제3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