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선우정은 남의 작품을 표절해 놓고 그걸 차용이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먹고 사는 미술작가다. 그런 선우정에게 기업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에서 특별전 초청 제안이 들어오고, 이를 놓칠세라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와 관계를 맺는 우정. 이후 동거 중인 애인 몰래 밀회를 시작하는데, 갑자기 이십 년 지기 친구 탁소영이 외국에서 돌아와 우정이 얹혀사는 애인 집에 잠시 있겠다며 똬리를 튼다. 우정과 동거남, 밀회남, 소영의 만남이 얽히고설키며 진전되는 가운데 우정의 일과 연애는 동시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겉보기와 다른 사람들의 속내를 보여준다. 잔잔한 표면 아래 가라앉지 않으려 열심히 물장구 치는 백조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너나없이 속으로 딴생각을 하며 겉으로 우아한 척, 세련된 척 자신을 꾸민다. 선우정은 그런 점에서 차라리 솔직한 인물인지도 모른다. 표절을 차용이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녀는 욕망을 위해 뭐든 할 준비가 된 여자이다. 그녀를 비난할 수 있을까? 적어도 <속물들>의 등장인물들 가운데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남동철)
(출처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