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수로(김영호)는 배고픈 과거를 함께 견뎌온 형님 만석(김정팔)과 모종의 계략을 꾸민다. 만석은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아내를 수로가 제거해주면 30억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사투리에 묻어나는 순수함이 특징인 수로와 돈이 최고를 부르짖는 사기꾼 기질의 만석 사이의 계략이 계획대로 진행될 리 없다. 영화는 ‘초대’부터 ‘새벽이 온다’까지 총 7장으로 나눠 두 사람만 연루된 줄 알았던 계략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연루되었는지, 그럼으로써 간단하게 끝났을 사건이 어떻게 더 큰 비극의 형태로 변질되었는지를 따라간다. 거액을 챙기겠다고 가장 가까운 사이를 죽음으로 내몰려는 시도가 주는 교훈은 결국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이다. 영화의 첫 장면,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논바닥 위로 대자로 누워있는 수로의 모습을 부감으로 비추는 카메라는 돈에 모든 걸 건 이의 말로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선후배와 목욕탕에서 서로 등을 밀어주던 소소한 과거의 행복도 증발해버리고, 돈이 없어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던 친한 이의 관계도 날아가 버리고, 최후의 안식처가 될 가족 사이도 파탄지경에 이르고, 가뭄 든 마음을 적실 비 소식이 과연 찾아오기는 할까.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허남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