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일본의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원자폭탄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상당히 많은 것을 느낀다. 나는 이것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이 짧은 단편 영화의 시작은 이러한 개인적 감상에서 출발한다.
원자력 발전소 보유 순위 세계 3위, 국토면적당 원전 밀도 순위로는 2위, 이것이 원자폭탄의 비극을 경험한 일본의 현주소다. 원폭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존재하는 이 섬나라가 어떠한 경위로 원자력 대국이 되었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2011년, 동일본 지진으로 후쿠시마에서 원전이 폭발했지만 일본은 계속해서 원전을 가동하고 새로운 원전 건설을 계획 중이다.
원전과 원폭 ? 이 두가지를 하나의 역사적 문맥에 위치시키는 것이 이 작업의 테마다.
이러한 테마의 영상적 실현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풋티지 편집이다. 기존의 영화와 다큐멘터리에서 재현된 원폭의 이미지, 실제 뉴스, 피해자들의 사진 등을 이용했으며, 굳이 조악한 화질의 영상을 사용함으로써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와 그 정보가 만들어내는 의미들이 어떤 식으로 기억되는지를 고찰하고자 했다. 이 작업을 통해 이미 정보를 넘어 기억의 저장고가 되어버린 인터넷이라는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조합, 재생산된 기억이 실제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라는 또 다른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
작품의 타이틀인 <시마>는 일본어로 '섬'이란 뜻. 제목을 통해 처음으로 원폭이 떨어진 히로'시마',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그리고 이 모든 비극이 일어난 '섬'나라 일본 사이에 어떠한 연결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1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