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찌질’하기 짝이 없는 세 친구 이야기. 대학 신입생과 재수생인 두 고교 동창이, 졸업 직후 입대한 친구에게, 친구의 애인이 부탁한 ‘절교 편지’를 전하기 위해 면회를 가는 과정과, 친구를 만나 하룻밤을 같이 지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코믹하면서도 짙은 페이소스를 담아 그렸다. 어찌나 찌질들한지 두 친구는, 친구가 복무 중인 부대를 찾아가는 데만도 헤매고 또 헤맨다. 영화는 초반 수십 분간을 그 과정에 할애한다. 그 과정이 지루할 수도, 지루함을 넘어 짜증이 날 수도 있을 듯. 하지만 조금만 참으며 주인공들과 함께 하다 보면, 그들과 동일시하면서 미소 짓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공산이 크다. 그들의 그 모습들이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자화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 자체가 찌질함의 축적 아니겠는가. 어쩌면 그들의 그 짧은 시간이 삶 전체의 축약판인지도 모른다. 영화가 끝날 때쯤 기대치 않았던 큰 여운이 자리하는 이유다. 전문 배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세 연기자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지켜보는 맛도 진한 편이다. 술집 여자로 분한 김꽃비를 지켜보는 재미는 영화의 보너스다. 그나저나 두 친구는 과연 친구에게 편지를 전하는데 성공할까?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