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민아는 처녀수태한다.
2009년 서울의 연극배우 민아(40)는 공연중이다. 공연 중반, 민아는 아이를 갖게 된다. 함께 공연하는 배우이자, 오래 전에 헤어진 후로 간간이 관계를 맺곤 했던 옛 애인 황평(35)의 아이일 가능성을 생각해 보지만, 날짜가 맞지 않는다. 민아의 오랜 친구인 여의사 진주(38)는, 민아를 데리고 간 바닷가에서, 출산 적령기를 훌쩍 넘은 민아에게 이번 임신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며 어려운 말을 건넨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민아는, 뜻밖에 해변가로 밀려들어와 동사한 상어의 시체와 눈이 마주친다.
바닷가에서 돌아온 민아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중학교 졸업앨범을 찾아내어 이제는 얼굴도 가물가물한 중학교 단짝 친구 라라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를 부치기 위해 야심한 시각에 부랴부랴 우체통을 찾아 달려보지만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우체통. 한참을 달린 끝에 민아는 남산 중턱에 놓인 우체통을 기어코 찾아낸다. 그 밤, 숭례문이 불타오른다. 숭례문의 화재를 진화하기 위해 서울시내의 모든 소방인력이 숭례문으로 집중되는 와중에 민아의 편지가 들어있는 우체통은 취객의 방화로 전소된다.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민아는 황평에게 처음으로 임신사실을 고백한 후 극장을 나선다. 거대한 도시 서울에서 공중전화 부스 한기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이방인 무용수에게 작은 도움을 건넨 후, 민아는 거대한 전광판을 통해 간밤에 불타오르던 숭례문의 모습을 본다.
연출의도. 상어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게 도무지 거짓말 같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별로 아끼지도 않았던 남대문이 탔다. 나는 그게 자꾸만 거짓말 같고 그랬다. 그날은 그냥 외로웠다. 나는 괜스럽게 리처드 도킨스 같은 이가 멍 때리며 눈물짓는 모습 같은 걸 그려보았다. 조금 나아진 것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