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2009년 1월 17일 새벽3시. 혁근은 차경을 기다리고 있었다. 2009년 6월 17일 새벽3시. 여전히 혁근은 차경을 기다리고만 있다. 그런 혁근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경은 코끼리로 태어나고 싶다고 한다.
연출의도. 아직 혁근은 알지 못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수많은 고통의 이유가 모두 자신이 만들어 낸 것임을.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그 의도된 슬픔에서 벗어나 상실 자체를 현실로 받아들이게 될 때, 저는 혁근이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시절도 있었다고. 온몸을 다해 싸웠다고 자신을 토닥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끝에 떠난 차경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혁근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여자친구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 생각한다. 엉망진창인 방에서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거나, 고성을 지르며 동네를 뛰어다니고, 타인과의 접촉을 피한다. 죽은 자경은 인터뷰 형식으로 지난 일들을 회고하고, 혁근의 마음이 평온해 지도록 도와준다. 현실과 환영을 넘나들면서 사랑이 남긴 모호한 감정에 대해 색다른 형식으로 풀어가는 묘한 작품. (홍효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