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 에로비디오 시나리오를 쓰며 살아가는 삼식과 배우를 꿈꾸며 제과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화정이 주인공. 삼식은 동료의 심부름을 갔다가 애인인 화정이 기다리고 있을 자기 집에 전화를 한다. 하지만 전화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화정이 아니라 웬 낯선 남자. 삼식은 화가 나서 “너 누구냐”고 소리치지만 상대는 오히려 삼식의 부화를 돋우는 말만 한다. 여기서 시점이 바뀐다. 화정은 삼식의 집에 갔다 열쇠가 없어서 열쇠수리공을 부르고 화정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열쇠수리공이 삼식의 전화를 받는다. 엇갈리던 남녀는 화정이 빵을 포장하고 있는 제과점 유리창을 배경으로 앞뒤로 포개진다. 삼식은 제과점 밖에 서 있고 화정은 오디션에서 외울 대사를 되뇌이며 비닐봉지 안에 빵을 넣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화해할까? 질문을 뒤로 한 채 영화는 삼류인생의 멜로드라마를 고단한 일상에 대한 스케치로 바뀌놓는다.
- 제빵 기술을 배우며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화정과 에로 비디오의 시나리오를 쓰며 생계를 유지하는 삼식은 애인 사이이다. 아침 일찍, 재즈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오디션에 참가한 화정은 떨어질 것을 예감하고 삼식의 집으로 가지만, 남의 영화를 베끼는 삼식으로부터 더욱 큰 울분을 느낀다. 화정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빵집으로 찾아간 삼식은 오디션 대사를 읊으며 울고 있는 화정을 보고 자신의 창작 시나리오를 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작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 텔레비전에서 자기가 쓰려고 하는 시나리오와 같은 내용의 영화를 보게 된다.
연출의도. 세상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다. 그것이야말로 가치관의 기준이요 나의 영화 제작의 동기이기도하다. 자아 정체성이 없다면 창작의 주체도 없다. 강한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