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60대 중반의 나이지만 소녀 같은 감수성을 지닌 미자(윤정희). 병원 진료를 마치고 응급실 앞을 지나던 미자는 자살한 한 소녀의 어머니가 울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지만, 그곳을 그냥 지나친다. 낡은 서민아파트에서 이혼한 딸의 중학생 아들 종욱(이다윗)을 돌보며 살고 있는 미자는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면서 난생 처음 시 쓰는 일에 매진한다. 미자는 시상을 찾기 위해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지만 녹록지 않다. 어느 날 손자 친구의 학부형(안내상)이 찾아오고, 미자는 손자가 자살한 소녀를 집단 성폭행한 일에 가담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종욱은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 보이고, 가해 학생들의 부모 역시 합의금을 건네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 그러는 중, 미자는 피해 여학생의 추모 미사에 참석하고 그녀의 행적을 더듬어 따라가보기도 한다. 한편 미자는 자신이 간병하고 있는 동네 슈퍼마켓 영감(김희라)과 관계를 가지고, 그 대가로 돈을 구해 종욱의 합의금을 마련한다. 그러나 합의금만 전달하면 모든 일이 끝난다고 안심하는 학부형들과 달리 미자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그날 밤 형사들이 찾아와 손자를 연행해가고,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미자는 마침내 시 한 편을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