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돼지를 잃어버리고 세익스피어를 배우다! 노총각 농부인 종수는 이웃마을에서 새끼돼지를 얻어오던 길에 어떤 청년들에게 눈이 팔려 타고있던 경운기를 논두렁에 쳐박는다. 청년들은 자기네들끼리 연극 놀이 중이었는데 종수는 돼지가 도망친 것도 잊어버리고 연극 구경에 빠진다. 연기에 재미를 느낀 종수는 간단한 대사를 배우며 오후를 보낸다. 밤이 되자 이들은 함께 종수의 집으로 가지만 집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화가 난 종수의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다. 한바탕 난리가 난 뒤 다음날 아침 청년들은 떠나고 종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지나도 연극 대사가 자꾸 입에 맴돌던 종수는 논에서 그동안 외웠던 대사를 혼자서 외친다. 텅 빈 들판엔 봐주는 이 하나 없지만 어느새 잃어버렸던 새끼 돼지가 돌아와 종수를 지켜보고 있다.
제작노트가족을 구성하는 자연스러운 행복으로부터 점차 멀어지는 농촌 노총각의 불행은 경제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이들을 소외시키는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노총각 개개인의 자질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센스와 유머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냥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가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그들을 구석진 곳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작품의 기본은 그런 시각에서 시작되었으며 전체적으로 농촌 현실을 이야기 하면서도 직설적이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농촌과는 이질적인 소재인 세익스피어를 생각해냈고,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농촌 노총각의 입장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