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규남은 우발적으로 4명의 고교생을 살해한 죄로 어린 나이에 교도소를 다녀온 범죄자이다. 교도소 출감 후에도 갖은 폭력과 범죄를 일삼으며 희망 없는 일상을 반복하는 그의 유일한 말상대는 검은 옷을 입은 의문의 사내뿐. 항상 자신이 5명을 살해했다고 믿고 있던 규남은 우연히 처음 그 누군가를 살해했던 칼을 발견하고, 잊고 있던 살인의 추억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최초로 살해한 인물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드디어 깨닫게 되었을 때, 이미 규남은 삶의 극한 상황까지 몰린 어린 시절의 자신이 휘두른 칼에 죽어가고 있다.
연출의도 : 시간은 12에서 1로 언제나 돌고 돈다. 그러나 정작 변하는 것은 없다. 어제 일어난 일이 오늘이 되었다고 없었던 일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본인은 이 작품을 통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말하는 진실의 한 단면을 그려내고자 하였다. 즉, 지금 이 현재는 과거에 일어났던 사실들의 무수한 반복 중의 하나이며, 따라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원죄처럼 지고 살아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들의 숙명이 아닐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