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황순복 씨는 이벤트만 벌렸다하면 사고를 치는 조금은 못 생긴 아빠, 고영숙 씨는 예쁘지만 성깔 있는 엄마. 그리고 그들을 닮은 세 딸과 아들 하나. 그들이 황순복과 고영숙의 결혼기념일을 맞아 족발을 뜯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추적추적 비내리는 밤은 깊어가는데,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엄마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황씨 아이들은 이리도 다른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결혼했는지 궁금해진다. 그제서야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황순복과 고영숙씨. 정말 별 볼 일 없고 시시하지만 들을수록 깊어지는 뚝배기맛 같은 그들의 사랑이야기.
사람은 어떻게든 결혼한다.
스물 여섯이 되도록 한 번도 선을 보지 않고, 결혼에도 관심이 없던 고영숙.
선을 여러 번 보면서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다’라는 우주적 진리를 믿게 된 황순복.
이쁘고 야무진 고영숙에게 집주인 아줌마는 진국 같은 사람이 있다며 황순복을 소개한다. 땅딸막한 키에 없어보일 정도로 깡마른 몸, 못생긴 얼굴..게다가 속터질 정도로 말수도 없고 고집세보이는 황순복씨가, 고영숙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황순복은 고영숙씨를 본 순간 이전에 믿어오던 우주적 진리를 단번에 엎어버린다. 그녀가 너무 이뻤던 것이다! 다행히 두 번 세 번의 만남을 가지면서 고영숙은 과묵한데다 허풍떨지 않는 황순복이 믿음직스러워진다.
나는 이 결혼 반댈세
그러나 둘의 사이를 방해하는 이가 생겼으니, 어릴 적 고영숙이 그렇게 좋아하는 달리기를 포기하게 한, 그녀의 막냇동생 진숙이었다. 황순복이 초대한 중국집에서 팔짱을 끼고 반대선언을 한 진숙은 결국 탕수육의 유혹에 못 견딘 나머지, 둘의 결혼을 승낙하고야 만다.
뽀뽀는 결혼보다 쉽다.
열 번째 만남이 이루어졌을 즈음, 황순복은 형님이 사는 그의 고향 ‘조치원’에 함께 가자 한다.하룻밤을 자고 와야 하는 거리..황순복 형님네는 두 사람을 한 방에 재운다. 잠 못 드는 밤, 뒤척이는 이불 속에서 두 사람의 온정이 싹트기 시작하는데…
딱, 거기까지다…
그러나 두 사람이 웨딩마치를 올리는 날, 폭설이 내리면서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그들의 결혼생활이 예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