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성격도 외모도 제 각각인 여고생 4명은 합창대회를 준비하던 중 우연히 네 쌍둥이의 자살을 목격한다. 네 쌍둥이는 전혀 다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외모이기 때문에 동일시되는 것에 염증을 느껴 자살하고, 화합할 것 같지 않았던 여고생들은 한 목소리로‘ 푸니쿨라’를 부른다. 감독은 타인에 대한 편견과 단정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재치 있게 담아냈다.
똑같은 교복 차림의 네 명의 여학생이 도심 속 한 빌딩 옥상 위에 모인다. 반장과 왕따가 함께 껴 있는 이들은 합창대회를 위한 노래연습을 시도하지만, 까칠한 언사와 간섭, 불만과 의견 차이가 오가는 설왕설래 속에 연습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동안 후경에서는 파란 옷의 남자가 괴성을 지르며 재차 화면 밖으로 달려 나가고, 카메라는 이 모든 상황을 무빙을 이용한 단 한 커트의 장면으로 잡아낸다. 네 여고생의 산만한 합창연습 현장이 네쌍둥이의 자살 현장이었음이 드러나는 순간, 이제 영화는 전경과 후경의 사건이 자리바꿈을 하며 자살의 사연을 전면화시킨다. 그러나 그 사연을 전달하기 위해 동원되는 방식은 감정의 증폭이나 극적 전개를 위주로 한 전형적인 극영화의 어법이 아니라, 텔레비전 시사보도프로그램을 그대로 모방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엄연한 개별적 존재로서의 네쌍둥이가‘차이’를 구별해주지 않는 세상의 시선에 대해 보내는 아이러니한 화답의 방식이, 똑같은 차림으로 한 날 한 시 한 장소에서 자살을 감행함으로써“최초의화합과 선택”을 이루어내는 것이라는 자살 사건의 전말은 (몰)개성적인 네 여학생이 나름의 화음으로 이루어내는 합창 장면과 어우러져 부조리한 희극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파란 하늘 위로 펼쳐지는 네쌍둥이의 투신 혹은 비상과‘푸니쿨리푸니쿨라’의합창이 박수 소리로 이어지는 종결부가 친숙함과 생경함의 인상을 동시에 자아내며 기묘한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영화다. (전주국제영화제 - 이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