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어느 늦은 가을 밤. 한 소녀가 길을 떠난다. 소녀의 하룻밤을 통해, 우린 성장의 한 순간을 본다.
두 소녀가 길을 떠난다. 길 잃은 강아지와, 강아지를 아기처럼 품고 혼잣말하는 여인 등을 만나는 하룻밤 여행길.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뱃속의 아이를 지우기 위해 산부인과로 향하는 소녀들의 사정이 조금씩 드러나고,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마주하는 두 소녀의 서로 다른 태도도 명확해진다. 긴 생머리 소녀는 덤덤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뒤돌아보지 않지만, 유약한 말투의 소녀는 자꾸만 친구를 잡아끌며 자신없어한다. 불안하고 애처로운, 그러나 얼핏 평범한 여행 이야기는 결국, 단편은 물론 장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애틋한 반전으로 마무리된다. 지난 몇년간 충무로 공포영화가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그러나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슬픈 공포”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 보이는 순간이다.
연출의도. 내게 있어 성장은 무언가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것들을 포기하는 과정이었다. 세상이라는 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버려야만 하는가. 그리고 나는 그 세상 어디 즈음에 서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