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한 고등학교에서 싸움이 일어난다. 덤벼든 학생 용태는 학교로부터 처벌 받은 후 학교에 나오지 않고, 용태의 담임 은하는 용태의 집을 찾아간다. 허름한 창고를 개조한 듯 보이는 용태의 집에서 은하는 용태의 아버지를 만난다. 스스로를 기술직 공무원이라고 소개하는 용태의 아버지. 그는 용태 또한 가업을 이어받을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린다.
나는 폭력에 반대한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반대할 수 있을까. 또 그 선택을 해야 할 때 옳은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기술직 공무원'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대한 광의의 기상천외한 해석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의 소산이다. 우리 주변에 산재하고 있는 온갖 폭력의 근원을 찾아가는 이 짧은 방문을 통해 은하와 관객은 그 추악한 실체에 접근해간다. 학교 폭력과 공권력이라는 파시즘의 거대한 두 극점을 순식간에 하나로 연결시키는 치밀한 이야기와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