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어느 낡은 한옥 촌 삼거리 슈퍼 앞, 바람 한 점 없는 오후. 다미가 슈퍼 앞에서 환타를 마시고 있는 동안, 어디선가 나타난 해리가 돌담 벽을 따라 종이를 붙이기 시작한다. 그 종이에는 “병욱아! 사랑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그런데 다미는 해리가 붙여놓은 종이를 하나씩 떼어버리기 시작하고, 마지막 장까지 붙인 해리가 뿌듯한 마음에 돌아서보니 벽은 텅 비어있다. 당황한 해리가 투정을 부릴 찰나, 다미는 해리에게 잊지 못할 고백을 하는데....
감독의 변. 성장의 멈춤은 죽음에 이르러 비로소 끝이 난다고 여겨진다. 성장의 방법은 분명 여러 가지로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건을 통해 - 그 사건이 비록 소소하더라도 - 어느 순간 부쩍 변화된 자신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매번 인식할 순 없지만, 인생에서 그러한 순간들은 작게는 시원한 바람처럼 혹은 커다란 폭풍처럼 다가온다. <여우비>는 성장하고 있는 두 아이들의 감정적인 측면을 포착하여 그 순간의 느낌을 전달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