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기억이 들린다>
‘경민’이 세상을 떠난 지 일년 째 되던 날, ‘유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바로 ‘기억은행’으로부터의 전화. 고객이 원하는 기억을 보관했다가 찾고자 할 때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기억은행은 더욱 놀라운 사실을 전한다. ‘경민’의 기억상속자가 된 유미에게 그가 남기고 간 기억을 찾아가라는 것.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였던 평범했던 경민. 어느 날 유미는 비오는 밤 길가에서 심하게 다친 한 남자를 부축한 채 절실한 표정으로 도움을 구하고 있는 경민과 마주친다. 다음 날 경민은 갑자기 학교를 떠나고, 유미의 기억에서 곧 사라진다. 하지만 잊혀질 듯 말 듯 계속되는 우연한 만남. 몇 번의 짧은 만남 끝에 전화번호를 가르쳐달라는 경민에게 유미는 집 전화번호를 알려주지만 그의 전화는 끝내 걸려오지 않는다. 몇 년 후 유미는 이사를 하게 되고, 경민에게 가르쳐 준 전화번호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어느 날, 경민이 유미의 집에 찾아온다. 심하게 다친 경민을 치료해주며 유미는 처음으로 그와 긴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그 시간도 잠시, 경민은 또 다시 아무 말 없이 떠나버리고, 그로부터 얼마 후 경민이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아임 오케이>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입양된 후 무작정 엄마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 '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몸으로 하는 격투기 선수이다. 그러나 가진 경력이 없는 그는 '맞아주기 전문 선수'로 매일 때리는 대로 맞고, 져주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처지다. 어렵게 '윤'이 얻은 방에 어느 날 예전 집주인이 나타난다. 출장 가기 전까지 그곳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살았던 은영이다. 그녀는 자신이 출장간 사이에 남자친구가 보증금을 빼서 도망가버린 상황에서도 그를 기다리겠다며 그곳에 살아야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 방이 아니고는 달리 갈 곳이 없는 처지의 두사람은 쇼파를 경계 삼아 동거를 시작한다. 자신을 버리고 가버린 남자를 잊지 못하는 은영에게 이 집의 전화는 그와의 유일한 연결고리이다. 언제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하루종일 전화기만 지킨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는 그녀를 깨우는 것은 옛남자의 전화가 아니라,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집에 돌아오는 '윤'뿐이다. 아무리 맞아도, 구박해도 '오케이~'만 연발하며 헤헤거리는 이 남자의 존재가 그녀에게도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윤' 역시 자신을 구박하면서도 상처에 밴드를 붙여주는 그녀가 사랑스럽다. 밤에 돌아오는 '윤'의 상처가 점점 심각해져가고, 그런 그를 기다리는 은영의 마음은 그를 걱정하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투른 은영은 밤새 걱정시키고 결국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윤'에게 오히려 나가라며 소리만 지른다. 그런 그녀의 입술을 덮치는 '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그리 쉽게 연결되지 못한다. 이제 은영은 옛남자친구가 아닌 '윤'을 기다리는데...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는 격투를 계속해야 하는 '윤'... 그는 오늘밤 돌아올 수 있을까?
<폭풍의 언덕>
스물 다섯 살의 취업재수생 승민은 답답한 마음에 점집을 찾는다. 사이비스럽게 생긴 철학가, 대뜸 운명의 여인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것도 아주 퍼펙트한, 퍼펙트한 인연이란 소리에 승민 마음 살짝쿵 설레는데, 나이 차이가 난다는 마지막 말씀은 또 무슨 얘기? 점집을 나서는 승민, 그에게 찾아올 운명의 여인이 궁금하기만 하다. 점집에 다녀온 뒤 승민의 꿈 속에 같은 번호가 자꾸 나타난다. 꿈속의 무도회장에서 만난 묘령의 여인이 '전화해요'라며 팔뚝에 적어준 번호.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도서관에서 잠과 씨름하다 다시 만난 꿈속의 여인, 승민에게 다시 전화번호를 가르쳐준다. 필시 누군가의 집 전화번호 707-0404. 그 여인이 나의 운명의 여인? 하지만 대체 이름이라도 알아야 전화를 걸지! 도서관에서 졸던 승민의 손에 쥐어진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무심결에 읽어 넘기던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이정아'라는 이름을 발견한 승민은 707-0404로 전화를 걸어 이정아를 찾는다. 부푼 가슴의 승민 앞에 나타난 운명의 그녀는 교복을 입은 중딩 여학생. 그것도 1학년! 적어도 10년은 일찍 나타난 듯한 운명의 그녀를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키워가며 사랑하리라 결심한 승민은 정아에게 과외를 해주기로 하고 정아의 엄마를 만나는데, 승민을 바라보며 방긋 웃는 정아의 어머니! 나이는 좀 들었지만, 입가의 점까지 분명 꿈 속의 그녀다!!! 너무 어린 그녀와 너무 나이든 그녀! 한개의 전화번호가 불러온 황당한 삼각관계, 과연 승민의 운명의 짝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