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28세의 인희는 집안이 파산하고, 오빠가 큰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가족에게 끊임없는 사고가 잇따르고 급기야 자신에게도 원인 모를 상체마비 증세까지 찾아오자 이를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여 무당 이해경을 찾는다. 무당으로부터 그의 어머니가 신내림을 받지 않아 대를 걸러 자신이 신내림을 받아야 할 운명이라는 점괘를 듣는다. 그녀는 가족의 불운을 막기 위해 무당으로 한 평생을 살아야 할지 혹은 지독한 운명에 맞서 싸워야 할지를 놓고 방황한다.
아홉 살의 동빈은 갑자기 왼쪽 눈을 특별한 이유 없이 실명하고 갖은 병고를 다 치루는 가운데 일상생활에서 신을 보게 된다. 동빈의 모친은 이러한 조짐을 신병으로 이해하여 아이에게 내림굿을 받아 무당을 시켜야 한다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는 무당 이해경을 찾아 신내림이 성년이 되기까지 만이라도 늦춰질 수 있도록 누름굿을 받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무당 이해경은 다섯 살 된 아들이 원인 모를 병으로 죽고 자신마저 병고로 죽음의 위기에 놓이자 무당으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온갖 천대와 사회적 멸시 속에서도, 신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로서의 자신의 소임에 충실하고자 자신을 찾는 여러 제자들을 하나 둘씩 거둬들인다. 그 중 자기 품에서 사라진 아들과 동격인 9살 애기무당 동빈이나, 젊은 시절의 자신을 그대로 빼 닮은 인희는 해경에게 있어 저주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 자신의 또 다른 페르소나다.
무당은 신과 인간, 이승과 저승,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떠돌며, 때로는 영혼의 조언자로, 때로는 저주 받은 신의 사제로, 신이 내린 그들의 무거운 숙명을 짊어지고 5000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