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1부)
아주 추운 겨울 날, 열아홉 살의 재수생 전상원은 형이 기타 사는 걸 도와주고 이십만 원이라는 용돈을 얻게 된다. 종로 대로변을 배회하던 잔상원은 우연히 좋아하던 최영실을 만난다. 최영실과 저녁 약속을 하고 남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태어나 처음으로 연극을 관람한다. 저녁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술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들은 과거에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고 함께 밤을 보내기로 한다. 여관에 들어간 두 사람. 섹스를 시도하지만 도무지 발기가 되지 않는다. 포기하고 잠을 청하는 두 사람, 갑자기 전상원이 최영실에게 말한다. 죽고 싶다고, 모든 걸 끝내면 좋겠다고. 최영실도 죽고 싶다고 대답한다.
다음 날 어제 밤의 약속이 유효한 걸 확인하는 두 사람. 늦은 아침을 시켜먹는다. 전상원은 노트를 사오고 그 안에 "모든 걸"을 기록하고 싶지만 몇 줄 밖에 쓸 수가 없다. 그들은 수면제를 사고 교외로 나가 죽으려 한다. 하지만 최영실이 자기 때문에 죽는 거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전상원은 혼자 죽으려고 도망을 친다. 하지만 최영실은 끝까지 따라오고... 전상원은 최영실이 고맙고 또 미안하다. 이제는 같이 죽는 거다. 전상원은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린다. 전상원은 죽기 전에 말보르 레드를 피우고 싶었다. 양담배를 팔지 않는 구멍가게를 나와 남산 언덕길을 오르는 두 사람. 남산 기슭의 여관. 두 사람은 섹스를 하지 않고, 의식을 치르듯 몸을 씻고, 약을 먹는다. 그리고 껴안고 쓰러진다.
몇 시간 뒤 최영실이 깨어난다. 최영실은 전상원의 집에 전화를 걸고 자고 있는 전상원을 놔둔 채 혼자 떠난다. 얼마 후, 전상원의 아는 아저씨가 들어와 그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의식이 돌아온 전상원은 생각한다. 이제는 새로 주어진 삶이다. 하지만 용서를 빌려고 집으로 돌아온 전상원에게 어머니는 너무 혹독하다. 전상원은 다시 죽어버리겠다고 아파트 옥상으로 뛰어 올라 가지만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다.
(2부)
극장 복도. 김동수가 전화를 받으며 나온다. 죽어가는 영화감독 동창을 돕기 위한 동창 모임에 오라는 전화. 통화가 끝나고 방금 그가 본 영화 속의 여배우를 따라 극장 계단을 내려오는 김동수. 극장 앞 커피집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김동수의 동창은 가족과의 점심식사에 김동수를 초대한다. 김동수는 동창의 집에서 먹었던 갈비찜 얘기를 하다가 자신의 말실수에 무안해한다.
동창과 헤어진 김동수는 파고다 공원 앞에서 다시 여배우를 보고 뒤따라간다. 김동수는 영화감독 준비 중이고, 죽어가는 감독과는 선후배 사이라고 하자 최영실은 흔쾌히 말을 받아준다. 최영실은 동창회에 갈지도 모른다고한다. 영화 속에서 여배우가 불렀던 노래를 흥얼거리며 남산을 오르는 김동수. 아직 동창 모임에 갈지 안 갈지 결정을 못 한다.
뒤늦게 김동수가 동창회에 오고 그를 좋아하지 않는 동창이 술주정하지 말라고 한다. 얼마 후 최영실이 도착한다. 여배우가 왔다고 들뜬 동창들. 최영실은 성화에 못 이겨 영화 속에 나왔던 노래를 부른다. 최영실을 배웅하기위해 나왔던 김동수는 같이 가겠다고 했다가 거절당하고, 동창에게서 최영실이 몸에 흉터가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김동수는 죽어가는 감독이 누워있는 경희대 병원 앞으로 간다. 마침 병원에서 나오는 최영실. 감독의 병이 위중해서 오늘 내알 한다고 울었나 보다. 김동수는 최영실에게 술을 사달라고 한다. 김동수는 최영실이 출연했던 그 영화가 자신의 얘기라고 말하지만 최영실은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김동수는 최영실을 사로잡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여관에 들어간 두 사람. 섹스가 끝나고 김동수는 최영실에게 영화 속의 전상원처럼 같이 죽자는 말을 한다. 최영실은 먼저 가겠다고 하고 김동수는 다시 꼭 돌아오라고 매달린다. 최영실은 김동수에게 영화를 잘못 본 것 아니냐고 하며 방을 나간다. 김동수는 새벽에 여관을 나와 병원 앞까지 간다. 다시 병원에서 밤을 새고 나오는 최영실을 만나는 김동수. 감독이 일단 위기를 넘겼단다. 김동수는 아쉬움에 최영실을 붙잡지만 무시당한다.
김동수는 죽어가는 감독이 누워있는 중환자실로 찾아간다. 감독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는 김동수. "나,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정말..." 김동수는 병원을 나서면서 마지막 말보르 레드를 입에 문다. 그리고 혼잣말을 시작한다. "생각을 해야한다. 생각을 하면 담배도 끊을 수 있어. 생각만이 나를 살릴 수 있어. 오래 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