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인적도 없는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 홀로 섬처럼 떠있는 배...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듯한 곳...그곳에 60세의 노인과 16세의 소녀가 함께 살고 있다. 절대 움직일 것 같지 않은 낡고 오래된, 마치 노인의 이미지와 같은 큰 배를 집처럼 사용하며, 그 옆에 매달려 있는 작은 배로 뭍을 오가며 낚시꾼들을 실어나른다.
배의 난간쪽에 군데군데 낡은 소파로 마련해 놓은 낚시터를 제공해주고, 낚시꾼들을 상대로 때때로 활 점을 봐주기도 하며 살아간다. 십년 전 노인은 항구에서 길을 잃고 울고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한다. 노인은 소녀를 배로 데려오고, 사랑에 빠진다. 노인은 소녀가 17세가 되는 날 결혼하기로 마음먹고, 소녀와의 미묘한 동거를 하게 된다. 노인은 바다를 향해 신기와 같은 활솜씨로 활을 쏜다. 마치 소녀의 순수성을 세상의 더러움으로부터 지켜내려는 의지의 표시 같다. 노인은 매일 소녀를 정성스럽게 씻겨주며, 소녀가 17세가 되는 날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소녀가 점점 성숙해 짐에 따라 배에 오는 낚시꾼들은 소녀를 탐하고 그들의 손길로부터 소녀의 순수를 지키기 위해 노인은 힘겹게 싸운다. 어느 날 한 대학생이 배에 오게 되고, 소녀는 대학생에 끌린다. 대학생을 통해 도시의 생활을 알게 되고 꿈꾸게 된다. 소녀는 점차 대학생을 사랑하게 되고, 그와 함께 배를 떠나려 한다.
소녀가 자신을 떠나려 한다는 것을 느낀 노인은 떠나가는 소녀의 배에 밧줄을 달아 자신의 목을 매어 생을 끝내려 한다. 대학생과 섬을 떠나던 소녀는 배에 묶여진 밧줄을 발견하고 놀라 끊어버린다. 다시 노인의 배로 돌아가 노인을 안쓰럽게 껴안고 흐느끼는 소녀. 소녀는 노인을 씻겨주고 노인과의 혼례를 준비한다.
바다 한가운데 배위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전통 혼례...노인과 소녀는 마침내 하나가 된다. 대학생은 배에 남아,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노인과 소녀를 바라본다. 한참 떨어진 또 다른 망망한 바다. 배를 멈추고 소녀와의 첫날밤을 치르려는 노인. 노인은 소녀의 옷을 벗긴다. 그리고, 소녀를 바라보며 활연주를 한다. 노인의 애정어린 연주에 소녀는 잠이든다. 소녀를 바라다 보던, 노인은 모슨 세상의 욕심을 버리는 듯이 깊은 바다속으로 헤엄쳐 들어간다. 잠든 소녀만 홀로 태운 작은 배는 무슨 신비로운 힘에 이끌리듯 천천히 소녀를 대학생이 있는 큰 배로 데려다 준다. 그때 갑자기 노인이 바다로 사라지기전에 쏘아올린 화살이 소녀의 가랑이사이에 박히고, 소녀는 영혼이 되어 다가온 노인을 마주하게 된다. 고통에 찬 소녀의 숨소리가 최고조에 이르는가 싶더니, 평온해진다. 이를 바라보던 대학생은, 소녀와 함께 넓은 세상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노인의 낡은 빈 목선을 남겨두고 떠나가는 소녀와 대학생. 이때, 유령처럼 아무도 없는 노인의 배가 움직인다. 소녀의 배를 따르는 빈배. 놀라는 대학생과 측은히 바라보는 소녀. 소녀가 작별을 고하듯, 손을 흔들자 빈 배는 이내 서서히 가라앉는다. 이미 가라앉은 노인의 욕망처럼...노인의 모든 것은 사라지고, 소녀는 대학생과 함께 바다를 떠간다. 새롭고 넓은 세상으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