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초겨울 오후, 한 가족이 한적한 시골의 국도를 달리는 아름다운 정경. 아이는 엄마에게 어디에 가는지 묻는다. 소풍 간다고 답하는 엄마. 빚더미에 오른 젊은 사업가는 수면제를 먹고 가족과 함께 차에 배기가스를 넣어 동반자살을 하기 위해 바닷가 근처의 인적이 드문 숲에 도착한다. 엄마는 아이를 살리고 싶어 하지만 이미 수면제를 먹어버려 어쩔 수 없다. 엄마는 아이에게 파도를 보여주고 싶어 바닷가까지 가 보지만 잠이 들어버린다. 남자는 아내와 아이를 차로 데리고 와 준비한 대로 자신도 수면제를 복용하고 시동을 건다.
소풍가듯 세상을 나들이 삼았던 시인도 있었고, 여기 죽음을 소풍삼아 떠나는 가족도 있다. 이 여행의 끝이 어떠한 결말을 가져올지는 너무나 분명히 예감되기에 침묵속에서 펼쳐지는 장면 하나하나는 극도의 긴장감으로 다가온다. 송일곤 감독은 전작들에서 그랬듯 무성영화의 이미지들을 잘 알고, 사랑하는 감독이다.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절제된 대사와 영상중심의 전개는 주제를 더욱 깊이있게 만든다. 그리고 비극적인 정조를 서정적인 풍경에 실어보내는 방식은, 송일곤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리얼리즘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