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소년 이준섭은 못생기고, 뚱뚱하고, 인기도 없는 외톨이다. 그러나 그가 어느 날부터 샤프심, 지우개, 가래침으로 비빈 도시락, 분필, 노트 등 세상의 모든 사물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의 관심을 사기 시작한다. “야, 니네 반에도 이런 애 있냐?” “없어, 이런 애가 어딨어.” 그는 전교에서 유일한, 독창적이고, 신기한, 그리고 비위가 좋은 소년이다.
그런 이준섭이 한 소녀를 좋아한다. 소녀는 그에게 “너 나 좋아하지? 얼마나 좋아해? 많이 좋아해? 그럼 너 내 똥도 먹을 수 있어?”라고 묻는다. 운동장 한가운데서 소녀와 소녀의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똥이 담긴 도시락을 앞에 두고 꿈을 꾼다. 소년은 똥을 먹음으로써 사랑을 확인시키고 전교생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연다. 해피엔드. 그러나 더욱 행복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100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전 인류가 굶주려 있을 때 소년은 기차역 앞 노숙자들을 향해 “여러분 주위를 둘러보세요, 눈을 뜨세요. 모든 게 여러분의 밥입니다!”라고 외친다. 구황(救荒)소년은 그렇게 지구를 구한다. 판타지가 깨지면 소년은 여전히 도시락 앞,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다. “그래도 나는 재능있는 소년. 소녀는 나를 사랑할 거야. 그래도 우린 행복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