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자신의 젊은 날을 모두 중국집 주방에서 보낸 한 남자가 있다. 주인의 비인간적인 대접과 격무에 시달리지만 그는 언제나 열심히 일한다. 어느 날 주방에 쥐가 한 마리 들어오고 그는 쥐를 잡으려 노력하지만 소용없다. 더운 여름은 남자를 졸음으로 인도하고 졸음 속에서 남자는 쥐가 되는데…….
오래된 여배우의 사진이 위안처럼 붙어있는 어둡고 습한 주방에서 자장면을 만드는 것이 일상인 남자와 그가 만나는 유일한 대상인 식당주인.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힘의 역학관계는 주방장이 꾸는 백일몽에서 쥐와 쥐를 쫓는 주인으로 희화된다. 쥐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백일몽은 남자의 시선과 중첩되면서 꿈과 현실을 교묘히 뒤섞지만 현실은 우울한 꿈속의 결말을 거부한다. 물에 빠진 쥐를 밖으로 놓아주고 스스로 주문표를 붙이는 남자. 주인이 그토록 애착하는 모자를 깔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무는 그는 어느 새 자신의 세계를 지키는 능동적인 주체로 변모해있다. 자신의 어둡고 수동적인 세계를 전복해버린 그가 다녀온 곳은 과연 어디였을까.
연출의도. 이 영화는 어떤 우연한 기회에 자기의 본모습을 잠시 훔쳐보게 되는 한 찌든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과 본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어떤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도 자신의 본모습을 잠시만이라도 돌아볼 기회를 갖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