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텅 빈 공간에 하얀 종이가 떨어진다. 종이는 정육면체로 변하고 혼자서 재미나게 논다. 갑자기 등장한 물체가 정육면체의 색과 모양을 바꾸려고 한다. 정육면체는 본래의 모양과 색을 되찾으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예쁘게 리본이 달린 채 구겨지게 된다.
선과 면, 원, 입방체의 단순명료한 조형 요소들의 움직임이 스타카토처럼 톡톡 튀는 애니메이션. 빈 공간에서 떨어져 정육면체로 변한 하얀 종이에 '애정'이 가해진다. 갑자기 등장한 물체가 상자의 색과 모양을 바꾸려 한 것. "애정이 때로는 상대방에게 고통으로 다가올 수도 있음"이라는 주제를 간결하고 깔끔하게 표현했다.(씨네21)
한국 애니메이션 아카데미 졸업작품이기도 한 ‘너나 잘해!’는 ‘사이(between)'와 ‘구멍맞추기’에 이은 신영재 감독의 3번째 작업으로 이전 작업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적 형상으로 그려낸 반면 이번 작업은 사람에 대한 관계를 보다 추상화된 기하학적 이미지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단순한 조형이미지의 움직임에 의한 감정과 의미의 전달을 위해 타이밍 연출에 주된 초점을 맞추어 제작하였다’는 대목이 작품을 보며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다루는 재료나 물성이라는 촉감적 질감과 카메라 움직임 등 대상 이외에 요소들의 현란한 표현은 절제하면서 정육면체라는 단순하고 평면적인 대상의 움직임을 통해 의인화된 캐릭터를 정확히 잡으려는 감독의 의도가 잘 표현된 작품인 것이다. (나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