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시내버스 요금이 320원에서 340원으로 오른 무더운 여름날. TV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보도를 하고 있다. 부장에게 인상된 버스 요금에 대해 잔소리를 들은 운전기사는 하루 종일 승객들과 요금 실랑이를 벌이는데, 그의 앞에 잔돈이 모자란다며 만원짜리를 내미는 여자가 등장한다. 그녀는 대학교수이다. 여교수는 외부 강의를 준비하는 바쁜 와중에도 남을 돕고, '차 한 대 뽑으라'는 동료의 권유에도 겸손히 사양할 뿐이다. 그런 그녀가 급하게 버스를 타며 미처 잔돈을 살필 틈이 없었다. 미안함과 조심스러움이 섞인 말투로 만원짜리를 건네는 그녀에게 운전기사의 욕설이 쏟아진다.
연출의도. 정치사회적 비리들이 모종의 사회심리적 아우라를 만들어 내고, 그것이 개인의 삶과 정서에 충격파가 되고 흠집을 내리라는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정도 차이겠지만 영화 속의 여교수와 같은 캐릭터에게는 일상에서 만나는 극렬한 폭력이 되어 그녀의 강박관념으로 화석화될 것이고, 운전기사에게는 그의 평생의 가치관 혹은 편견으로 굳어질 것이다. 이것은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정치 비리가 서민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거대한 폭력이 되고 그것이 무방비로 노출된 서민들의 삶은 서로 뒤엉켜 괜한 오해를 하고 슬픈 해프닝을 연출한다. 이런 현실의 비애감을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