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一花. 날개가 돋아나다 - 희뿌연 회색... 서울의 하늘은 탁하다. 여기 저기 카메라를 들이대는 혜나의 얼굴은 찌뿌둥하다. 힙합복장, 주홍빛 머리, 빼곡한 피어싱, 겉모습은 반항기 가득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눈빛이 슬퍼보이는 십대 소녀 혜나에게 도시는 숨막히는 곳이다. '난, 화장실에 내 아길 버렸다...' 온통 땀에 젖은 혜나에게 녹색날개가 어른거린다. 무작정, 시외버스터미널에 간 혜나는 우연히 30대중반의 여자 옥남과 단둘이 남해행 막차에 오른다. 二花. 세 여자, 길 위에서 조우하다 - '뭐, 인생이란게 다 그렇잖아요. 가끔씩 예정되지 않은 길을 가는 것도 재밌잖아요?...'라는 황당한 말을 남긴 채, 남해행 버스기사는 옥남과 혜나를 인적 드문 산골짜기에 버려두고, 북쪽으로 가버린다. 쪽빛바다를 기대한 옥남과 혜나를 기다리는 것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온통 사방이 하얀 눈밭이다. 눈길을 헤매다 뮤지컬 가수 유진을 살려내고, 운명처럼 만난 세 여자는 모든 슬픔을 잊게해준다는 꽃섬을 향한 여행을 결심한다.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 욕쟁이 트럭운전사, 코믹한 게이밴드, 우직한 뱃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며, 옥남, 혜나, 유진은 신나는 소풍을 가듯 모험을 하듯 서로 부딪기며 마침내 꽃섬으로 가는 배를 타게 된다. 三花. 슬픔은 가고 향기만 남았다 - 바다를 건너는 작은 배 안. 하염없이 휘날리는 눈보라에도 꽃섬을 향해 가는 세 여자의 표정은 밝고 비장하다. 운명에 떠밀려 어쩔 수없이 도시에서 벗어날 수 밖에 없었던 옥남, 유진, 혜나에게 꽃섬은 마지막 마음의 안식처다. 정말로 꽃섬은 모든 슬픔이 사라지고 향기만이 그윽한 그녀들만의 파라다이스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