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그들은 열일곱이다. 소년들은 백댄서가 꿈이고 소녀들은 아이돌 스타를 만나는 것이 꿈이다. 그들은 모여서 춤 연습을 한다. 담배를 핀다. 그들은 학교 수업에 빠지고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콘서트에 간다. 또한 그들은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고 발각이 되자 욕을 한다. 태연히 편의점을 나온다. 그리고 부모님이 없는 친구네 집에 모여 술을 마시며 흥청댄다. 힙합을 추고 랩을 한다. - 내 나이 열일곱! 난 하고 싶은 걸 한다.
백댄서가 되고 싶어하는 3명의 고등 학생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에 모여든 이른바 문제아들의 학교 밖 생활 모습을 놀라운 솜씨로 담아낸다. 등장인물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흔들림이 많은 카메라 움직임은 이들의 부유하고 불안한 젊음을 사실적으 로 드러내며, 군데군데의 흑백 화면도 세상에 갇힌 이들의 현실을 효과적 으로 잡아낸다. 한 학생이 랩 음악에 맞춰 아파트 실내와, 무대, 도로 한 복판에서 춤을 추는 것을 교차 편집한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묘한 카타르 시스를 준다.
연출의도. 미래에 대한 불안은 현재의 영혼을 잠식하고 다시 그 현재는 미래의 불안을 만들어 낸다. 불안이 집중되어 있는 특정 시기의 열일곱 전후의 친구들은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려는 그 준비과정에 익숙치 않다. 현실의 먹구름이 쉽사리 희망의 일출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 이 둘을 동시에 승인하는 것만이 우리의 삶을 정면에서 직시하는 용기이며 지혜라고 생각한다. 빛은 어둠을 만들고 어둠은 빛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의 희망과 정서가 상투화 되어버리는 것만큼 절망적인 것은 없다. 소망의 세계마저 제도화되어버린 삶을 상상해보라. 무릇 희망이란 오늘을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그 앞에 다가서는 창이다. 당신은 무엇을 힘들어하고 있으며 나는 또한 어떤 환상을 원하고 있는가. 이것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우리들이 나누어야할 새 이야기이다. 지금 현재 가장 자연스러워지고 싶어하는 젊은 이 친구들은 그저 충실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만족한다. 그러나 그것이 미래의 짐이 될 것이라고 느낄 때 그들은 어색하게 일탈을 시작하게 된다. 그 어색한 일탈을 통해 우리는 그들과 친구가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