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다른 여자의 남편인 한 남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희. 대학교수이자 시인인 영민의 시평을 썼던 인연으로 만난 영희와 영민은 눈빛이 부딪히는 그 순간부터 이미 해서는 안 될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아내의 눈을 피해, 작품 활동을 핑계로, 영희와 좀 더 오랜 시간을 같이 있고 싶다는 열망으로 집을 나온 영민과 영희는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부부처럼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랑을 키워나간다. 입주위에 기름을 잔뜩 묻혀가며 닭고기를 뜯어먹다가도 키스를 나누고, 밥을 먹다 말고 밥상을 앞에 두고서 섹스를 하는, 그러면서도 누가 설거지를 할 것인지, 어떤 TV 프로그램을 볼 것인지 끊임없이 싸우면서.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영원할 수 없다. 그리움에 지쳐 만났을 때의 기쁨도 한 순간 또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면 두 사람 모두 말을 잃는다. “집에 가셔야 해요”라는 영희의 아쉬움 섞인 체념의 중얼거림은 영민을 안타깝게 한다. 영희가 선을 보았다는 말에 심술을 부리는 영민, 그런 영민이 얄미워 한바탕 싸움을 벌이는 영희가 아기자기하게 꾸며나가는 우리 주위의 살 부딪히는 사랑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