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등급정보
(1)
심의일자 1996-03-18
심의번호 96-73
관람등급 연소자불가
상영시간 113분
개봉일자 1996-05-04
개봉극장
명보5관, 동아1.2관, 롯데월드예술, 코아아트홀1.2.3관(서울)
수출현황
일본(97)
노트
■ “일상에 현미경을 들이대어 그것의 비루함을 섬뜩할 정도로 드러내는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으로 90년대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알린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이 나오자, 한 평론가는 “한국영화에서 희귀한 한순간이 열리는 소리”라고 하며 90년대 한국영화의 획기적 사건이라고 평했다. <돼지...>는 신파와 과잉된 정서, 틀에 박힌 이야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냉소적이면서도 ‘징그러울 정도로 사실적인’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영화였다. 더불어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홍상수는 이미 작가로 인정받았는데 첫 영화에서 자기만의 형식적인 완성도, 캐릭터 묘사, 연기연출법 등을 보여며 개성적인 세계관과 영화문법을 선사해주었기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부터 자신의 전매특허인 술자리, 여관 등의 공간에서 자신의 불편한 욕망을 치졸하게 드러내며, 스스로를 낯선 타자로 만들어버리는 순간과의 대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후의 영화의 원형적인 특성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내러티브 효과나 정서적인 측면에서 보다 강렬하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그러한데, 보경은 몇 번이나 효섭의 방문을 두드리고 안을 들여다보지만 그저 무료하게 그려진다. 그 표면적으로는 무료하고 지루한 일상은 마지막에 방안의 살인 장면으로 드러나는 순간 욕망과의 끔직한 대면으로 변모한다. 인간의 욕망을 일상이라는 표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홍상수 감독의 연출력과 영화문법은 90년대 하나의 사건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 제작후일담
- 구효서의 『낯선 여름』을 영화한 작품으로 많은 부분이 변형되어 각색되었다. 소설에서 강조되는 우연적인 만남과 낭만적인 사랑은 냉혹할 정도로 사실적인 시선 속에서 모순적이고 비꼬인 인물들의 비루한 일상으로 변형되었다.
- 1997년 1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제작사인 동아수출공사는 영화진흥공사가 선정한 '96년 좋은 영화 6편'에 선정되지 못했다며 <돼지가…>의 베를린영화제 등 국제영화제 초청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하마터면 제작사와 정부기관의 갈등으로 애꿎은 작품이 희생될 뻔 했다.
■ 유부녀와 밀회를 즐기면서 20대의 극장 여직원과 바람이 난 30대 소설가의 이야기를 다룬 홍상수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그 후 1~2년 주기로 개봉된 후속 작품들의 원점이자, 강북 지역 술집, 허름한 여관, 삼각관계, 대학 시간강사 등을 주된 무대와 주인공으로 사용하는 홍상수의 캐스팅 스타일 그리고 ‘남녀불륜지사’로 사랑의 본질을 진단한 홍상수 리얼리티의 시작점이다.(반이정 미술평론가, 『영화천국』 6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