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등급정보
(1)
심의일자 1992-06-08
심의번호 92-165
관람등급 연소자관람가
상영시간 119분
개봉일자 1992-08-15
개봉극장
명보, 명보아트, 씨네마천국(서울)
노트
■ 원작과 마찬가지로 권력의 속성과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의 교호관계를 미시적으로 그려낸 이 영화는 역사의 특정 국면이 아니라 공시적인 관계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일종의 사회공학적 측면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까지 한국 영화가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주제를 발굴해내고 있다. 사실 이와 같은 흐름은 당대 한국 영화계로서는 다소 이례적인데, 이 시기는 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화의 도래와 함께 한국 현대사가 재발견되었던 때이기 때문이다. 즉 당대 영화가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리면서 역사의식을 가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시기였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해석은 원작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타당하지만, 영화에서는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영화는 원작의 주제의식과 상황을 거의 대부분 받아들이면서도, 다소간의 수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두 가지 차이점이 있는데, 하나는 영화 속의 교실의 변화가 4·19라는 한국사회의 중요한 사건(교실의 변화를 ‘위로부터’ 촉발시켰던 김정원 선생은 4·19의 직접적 세례를 받은 인물로 그려진다)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4·19라는 역사적 상황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김정원이라는 인물이 이후 타락한 국회의원으로 그려진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권력의 시스템적 속성을 강조했던 원작이나, 혁명의 필요성을 주장하던 80년대의 지식인들의 가치와 달리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에 냉소를 보내며 개인적 윤리의식에 초점을 맞추는 감독의 개인적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다.
어쨌든 (상당부분 원작의 힘이긴 하겠으나) 초등학교의 한 반을 상정하여 그 안에 한국사회와 역사, 나아가 권력 일반의 문제를 쟁여넣은 다음 이를 요령있게 요리한 연출의 힘은 주목할 만 하다. 비록 이효인의 말대로 이 영화의 인물구도와 배치가 도식적인 부분이 없지 않으나, 알레고리라는 특성상 어느 정도의 유비적 도식성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