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등급정보
(1)
관람등급 미성년자관람불가
상영시간 92분
개봉일자 1969-05-28
개봉극장
국제
수출현황
일본(69),미국(70)
노트
■ 당시 신문광고는 "외설이냐? 예술이냐?/대담한 성장면 묘사로 2년째 톱 베스트셀러인 충격의 성소설 영화화"라는 카피를 통해 영화의 에로틱한 측면을 전면에 내세웠다. 외설 혐의로 박종호 감독이 불구속 기소되었다
■ 제19회(1969)영국 에딘버러 영화제 출품
■ 작품해설
1960년대 후반 새롭게 등장한 멜로드라마의 한 경향을 보여주는 영화. 지금까지 거의 거론된 적이 없지만, 한국 멜로드라마 연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화라고 여겨진다. 그 까닭은, <벽 속의 여자>가 그야말로'여성의 욕망’을 문제삼고 있기 때문이다. 가부장제의 도덕률을 뚫고나온 여성의 성적 욕망을 전면에 드러낸다는 점에서 <벽 속의 여자>는 1960년대 초중반에 나온 멜로드라마들과 일정한 차별성을 갖는다. 1960년대 후반에는 여성의 사랑과 성적 욕망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일련의 멜로드라마들이 발표됐는데, 그 대표적인 영화가 <벽 속의 여자>다.
<벽 속의 여자>의 여주인공 미지는 자신의 성적 욕망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그녀는 처음부터 허선생이 유부남인 줄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허선생에게 먼저,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미치도록 당신을 안고 싶었다"라고 고백하고 그와 정사를 나눈다. 그리고 허선생에 대해 자신을"여관방의 네 벽 안에서만 만나는 여자"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도 미지는 사랑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미지에게 섹스와 사랑은 별개의 것으로, 그녀는 허선생을 좋아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다. 이렇듯 <벽 속의 여자>는 미지와 허선생의 정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까닭에 정사 장면이 유난히 많이 등장하고, 그 묘사의 강도 또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것이라서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미지는 가부장제의 도덕률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다. 미지는 허선생 아내로부터 남편과 헤어지라는 요구를 받고서 되려, 그녀에게 부부의 문제는 자신과 상관없는 문제이니 부부끼리 해결해라고 충고하고는 여전히 허선생과 만나 정사를 나눈다. 아내 있는 남자와의 섹스가 미지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그에 따라 미지는 허선생의 아내에게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미지의 성과 연애는 가부장제 규율 바깥에 있는 것이다. 중산층 부르주아인 미지의 부모 또한 미지의 연애에 구속이 되지 않는다. 사실 <벽 속의 여자>에는 미지 부모의 역할이 미미하게 그려지고 있을 뿐이다. 이 영화에는 가부장제 가족 구성원으로서 미지가 겪음직한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다. <벽 속의 여자>에서 중요한 것은 가부장제의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성과 연애에서 자율권을 행사하는 미지의'성적 자아’이다.
한편, <벽 속의 여자>는 미지의 성적 욕망의 문제를 강렬하게 부각시키기 위해서, 미지의 약혼자를 성불구자로 설정하고 있다. 미지는 사랑과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는, 그러나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약혼자와, 오직 성적인 만족만을 줄 수 있는 허선생 사이에서 갈등한다. 흥미로운 것은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던 미지가 약혼자와 결혼을 약속함
으로 해서, <벽 속의 여자>는 얼핏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로 결말을 봉합하는 듯하다. 그러나 <벽 속의 여자>는 미지가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인정해 약혼자에게 파혼을 선언하는 동시에 허선생과도 헤어지고, 혼자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는 여성의 성적 욕망을 다룬 당시 멜로드라마들이 여성의 죽음을 통해, 그녀의 성적 욕망이 빚어낸 갈등을 봉합하는 방식과 다르다. 그런 점에서 <벽 속의 여자>의 결말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이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