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등급정보
(1)
심의일자 1967-06-29
심의번호 방제4001호
관람등급 국민학생이상관람가
상영시간 90분
개봉일자 1967-06-30
내용정보
공포(호러)
SF
개봉극장
대한/세기
노트
■ 동아일보 신문광고에 '한국최초의 괴물영화'라고 나와 있는데, 사극 <춘향전>과 <성춘향>처럼 SF, 괴물 영화로서 <대괴수 용가리>와 경쟁이 심했던 것으로 여겨짐.
■ 작품해설
미소 양국은 오늘 아침 인간의 달 정복을 위해서 거쳐야 할 두 가지의 중대한 우주과학 실험에 성공했다. …'사상 최초로 우주 도킹', <조선일보> 1966년 3월17일치.
60년대 말 한국은 '강대국'들의 갖가지 우주실험에 흥분하고 있었다. 외국 공상과학영화가 전파한 '우주'라는 상상 속의 개념이 현실이 되고 우리도 그 일부라는 것은 전혀 새로운 생각이었을 것이다. '우주'는 국가 대 국가, 민족 대 민족이라는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바꾼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인이 아닌 지구인이며 우리의 적은 적성국이 아닌 지구를 침략하려는 '우주인'이다. 1969년 7월16일 아폴로11호의 달 착륙장면이 KBS를 통해 중계되었을 때 한국인은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받을 수 있었다.
<우주괴인 왕마귀>에 등장하는 수많은 계기판들과 '감마성', '자동전파조종기', '비행접시', '레이더', '살인광선' 등등의 첨단 과학(?) 용어들은 그러한 정체성에의 지향을 보여준다. 이를 더 잘 보여주기 위해서, 또는 한국의 발전된 전기시설, 도시의 빌딩 숲, 최첨단 전투기 등을 보여주기 위해서 때때로 내러티브는 그 걸음을 멈춘다. 결혼식조차 미룬 채 출격한 오 소령(남궁원)은 전투기로 왕마귀를 공격하고 마침내 감마성의 우주인들은 '철통 같은 방위태세'에 막혀 지구정복을 포기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우리를 괴롭히는 '약소'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이 도사리고 있다. 왕마귀를 피해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에서 한국전쟁의 피난민 행렬이 떠오르고 딸(김혜경)을 찾아 헤매는 어머니(한은진)에게서 이산민족의 슬픔을 본다. 위용을 자랑하던 전기시설과 빌딩 숲은 왕마귀의 공격에 힘없이 무너진다. 그것은 마치 지구인이 됨으로써 강대국과 하나가 되려는 우리의 꿈처럼 허약하다. 이런 점에서 감마성이 왕마귀를 스스로 폭파하고 지구정복의 생각을 접는 '비균질적인' 결말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지구인'으로서 '강대국'과 자신을 동일시하고자 하는 열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소민족'으로서 겪었던 현대사의 질곡에 대한 기억이 <우주괴인 왕마귀>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그 혼란, 그 아이러니는 서구에서 '기원'한 근대과학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근간에서 틀짓고 있다. 세계화와 첨단 테크놀로지의 담론 속에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했던 최근의 <용가리>에 이르기까지, 한국산(産) 공상과학영화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되묻는다. 우리는 지구인인가 한국인인가? (이순진, 「하녀가 마의 계단을 내려올 때」, 『씨네 21』, No.328, 2001.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