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등급정보
(1)
심의일자 1963-02-26
관람등급 미성년자관람불가
상영시간 110분
개봉일자 1963-03-15
다른제목
高麗葬(기타)
개봉극장
명보
노트
■ 한두 컷을 제외한 영화의 전부를 세트에서 촬영했는데, 이로써 감독은 인공적인 세트를 배경으로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 원시적 신화의 시공간을 창조했다. 무속과 인간의 본능이 지배하는 그곳에서는 살아있는 아이를 굿의 제물로 바치고 고려장이 당연하게 행해지며, 살인 따위는 공동체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생존만이 중요할 뿐, 도덕이나 윤리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시종일관 들려오는 그로테스크한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기괴하게 만든다.
■ 제목이 뜨기 전에 먼저 산아제한과 고려장에 대해 토론하는 공개방송 녹화 장면이 나온다.
■“신경쇠약 직전의 전통, 혹은 정체성(허문영)”
김기영의 영화적 원형을 엿볼 수 있는 1960년대 대표작. 공간에 대한 엄격한 영화적 통제,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섹슈얼리티의 문제, 그리고 근대/전근대의 길항 등 김기영 영화세계의 관심사들이 두루 드러난 영화다. 이 영화에서 우선 특징적인 것은 한두 컷을 제외한 영화의 전체가 세트에서 촬영됐다는 점인데, 세트의 인공성을 굳이 숨기지 않음으로써 <고려장>은 일종의 연극적 성격을 띠기도 한다. 김기영은 인공적인 세트 위에 현실적 시공간에 얽매이지 않는 기이한 시공간을 창조했다. 무속과 인간의 본능이 지배하는 그곳에서는 살아있는 아이를 굿의 제물로 바치고 고려장이 당연하게 행해지며, 살인 따위는 공동체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생존만이 중요할 뿐, 도덕이나 윤리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현실을 초월한 듯이 보이지만, 그곳은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따라서 근대와 함께 폐기되어야 할 전근대의 모든 것이 응축된 장소로 볼 수도 있다. 그랬을 때 극중의 갈등을 근대/전통, 이성/비이성의 길항 문제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곧 노인(혹은 무당)과 아들 구령은 낡은 것과 새 것, 전근대적인 것과 근대적인 것을 각각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사이의 갈등은 구령이 마을의 고목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으로 폭발한다. 당대 어떠한 한국영화의 경향에도 잘 묶이지 않는 김기영 감독의 기괴한 상상력이 잘 드러난 영화. 시종일관 들려오는 그로테스크한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기괴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