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서울역 구내엔 새벽차로 탈출을 기획한 전공(電工) 위진구(최무룡 분)가 그의 애인 정애(이경희 분)를 기다리고 있다. 바의 여급으로 있는 정애와 새살림을 꾸밀 방을 보러 가야할 이 시간에 그는 지난밤의 사건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서울을 떠나야만 할 운명의 나그네로 뒤바뀐 것이다. 지난밤 전선 수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폭우 속에서 어떤 괴한과 부딪혔는데, 괴한이 바삐 달아난 자리에 돈 뭉치가 떨어져 있었다. 돈 뭉치를 집어 드는 그때 어디선가 신음소리와 함께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사나이를 발견하고 그 자를 부축하는 찰나, 그 자가 “강도야!”하고 소릴 지르며 칼을 빼었다. 할 수 없이 가지고 있던 도구로 한 대 때리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살인사건을 일으키고 말았던 것이다.
서울역 광장에 경찰 지프차가 멈췄다. 그런데 뜻밖에도 정애가 형사들과 함께 타고 온 것이다. 정애가 밀고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그는 재빨리 몸을 감추었다. 온 종일 아슬아슬한 추격을 겨우 벗어나고, 심한 공복 때문에 중국반점에 뛰어 들어갔는데, 검정 안경의 신사가 진구의 어깨를 툭툭치는 것이었다. 신사에게 이끌려 진구는 백달(김승호 분)의 소굴로 들어가게 된다. 거기엔 진구가 살인사건 현장에서 부딪혔던 괴한도 있었다. 그들은 진구를 살인음모의 하수인으로 이용하려 했다. 그러나 진구는 반대로 자기를 사주한 백달의 부하들을 향해 총을 쏘고는 정애가 그리워 바 로맨스를 찾아 갔으나, 정애를 만나기는커녕 체포 직전의 위기를 겨우 면한다. 이윽고 진구는 의형 고용택(변기종 분)을 찾아가 정애를 만나게 해달라고 애걸하였으나 용택은 자수할 것을 눈물로 권한다. 이에 둘은 경찰서의 정문이 마주 보이는 골목길을 접어드는데, 그때 마침 정애가 진구를 찾아다니다가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용택은 진구를 세워놓고 경찰서에서 나오는 정애에게 진구를 만나주길 원했다. 그러나 정애 뒤에는 형사들이 미행하고 있었기에, 정애는 골목의 진구를 멀리 바라볼 뿐 용택과 함께 택시를 타고 진구 앞을 지나쳤다. 그리고 편지가 들어있는 루주 케이스를 떨어트렸다. 이내 형사차가 정애가 탄 택시의 뒤를 이었다. 진구가 루주 케이스를 집으려 할 때, 한 여자가 그것을 들고 달아났는데, 그 여자는 매춘부 심애옥(문정숙 분)이었다.
통행금지 싸이렌이 울리고, 둘은 루주 케이스 속에 들어있는 편지 내용을 확인하는데, 형사들의 미행으로 도저히 만날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심애옥은 낙심하는 진구에게 자기는 무기형을 받은 죄인의 아내임으로 사회에서 버림을 당하고 어린 자식과 살아나갈 길이 없어 몸을 팔고 있으나 남편이 석방되는 날이 있으리라고 막연히 기다린다는 눈물겨운 고백을 하였다. 진구는 그것이 마치 자기의 죄로 인한 정애의 하소연같이 들려 비통한 감정의 충격을 받고 위험을 무릎 쓰고 또 다시 정애를 찾아 나섰다. 어두운 밤거리의 정적을 뚫고 발작적인 총성! 또 총성! 진구의 가슴 속엔 끝없는 사랑의 눈물만이 남았다. 정애는 예기했던 숙명 앞에 울지 않을 것을 맹세하나 뜨거운 눈물은 한없이 ‘인간의 토지’ 위에 흐르고 있었다.
(출처 : 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