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한 작가(황남)가 아침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는데 한쪽 눈만 뜬다. 이 눈을 클로즈업으로 잡은 것이 첫 장면이다. 눈을 껌벅거리는데 그것이 마치 성기처럼 보인다. 올려다보니 천장에 매달린 전구가 흔들리고 있다. 집을 나서려는데 아내(문정숙)가 구두를 닦아 놓지 않아 말다툼을 한다. 장면이 바뀌면 작가는 명동에서 구두를 닦고 있다. 그는 오늘 내로 집세를 내지 않으면 쫓겨날 판이다. 밀린 원고료를 받으러 잡지사에 가지만 받지 못한다.
화가 난 그는 자포자기해서 친구와 폭음을 하며 떠들어 댄다. 함께 마시던 친구는 집으로 가다가 미제 물품을 파는 예쁘장한 소녀에게 담배 한 갑을 사고는 그 소녀를 꼬여서 관계를 맺는다. 작가 역시 비틀거리며 집으로 가다가 양공주(이민자)가 탄 지프에 치인다. 그런데 그 양공주인즉 작가가 교사로 근무할 때 가르쳤던 제자다. 부상을 당한 작가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집으로 가게 된다. 밤이 늦어 잠들려는데 미군들이 드나들고 전남편까지 찾아와 그녀를 끌고 나가는 소동이 벌어진다. 양부인에게는 아이가 하나 있는데, 자꾸 울어대는 통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벽장을 열어 보니 미제 초콜릿 등이 들어 있다. 그것을 꺼내 아이에게 먹이며 울음을 그치도록 달랜다. 다음날 아침, 남편이 집세를 마련해 오기를 기다리던 작가 부인은 집에서 쫓겨나 혼자서 이사를 한다. 작가는 아이 때문에 잠 한숨 못자고 양공주 집에서 나오다가 아내와 마주친다. 공교롭게도 바로 옆집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작가는 무턱대고 아내에게 화를 내며 다른 곳으로 다시 이사를 가자고 한다. 한편 친구는 비뇨기 병원에서 어색한 자세로 나온다. 어젯밤 함께 잔 소녀한테서 성병이 옮은 것이다. 두 사람이 이삿짐을 실은 수레를 밀고 멀어져 가는 마지막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신상옥, 난, 영화였다: 영화감독 신상옥이 남긴 마지막 글들, 랜덤하우스, 2007, 47-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