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영화는 늦은 시간, 한적한 시골 마을 골목길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나타난 한 여성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화면이 전환되면, 8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돌아온 옌이 엄마 아이리와 재회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면서 복권을 파는 엄마 아이리는 다소 직설적인 반면, 오랜 복역으로 일상이 낯선 옌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어느 날, 옌의 나이 어린 이복동생이 찾아오면서, 가까스로 균형을 이루던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이 폭발한다. 린슈위 감독은 흑백 화면을 통해 옌과 아이리의 이야기를 각각의 시점으로 차분하게 풀어가며, 이들이 서로를 보듬게 되는 순간을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 양귀매와 하우교는 엄마와 딸, 그 지긋지긋한 애증의 관계에 긴장감 넘치는 연기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박선영)
(출처 :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