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랴오 밍 이의 장편 데뷔작인 <괴짜들의 로맨스>가 2020년 공개된 건 행운일 수도 불운일 수도 있다. 마스크로 무장한 강박증 남녀의 로맨스란 전례 없는 팬데믹의 정점에서 그 어떤 영화보다도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지만 어쩌면 팬데믹이야말로 이 영화를 빨아들인 블랙홀이 되어버린 걸 수도 있다. 전부 바이러스 탓이 되어버린 셈이다. 청소와 통제에 집착하는 연인이 힘겨워진 남자는 하룻밤 사이에 꿈의 도움으로 환승 연애에 성공하지만, 남자는 새로운 로맨스를 마냥 즐길 수 없다. 강박증이라는 설정, 100% 아이폰 촬영, 그리고 임백굉과 사흔영 콤비까지, 랴오 밍 이의 두 번째 영화 <숨통을 조이는 사랑>은 자연스럽게 전작을 떠올린다.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그늘이 걷힌 지금, 이제 강박증은 괴짜들만의 것이 아니라 관계와 접촉을 욕망하고 상처와 고립을 두려워하는 우리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삶의 조건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리고 로맨스는, 그렇게도 원하지만 결국 얻을 수 없는 거대한 판타지 같다. (박진형)
(출처 :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