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귀하고 지극히 사적이며, 또 가장 감동적이기도 한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50년간 단 세 편의 걸작 〈벌집의 정령〉(1973), 〈남쪽〉(1983), 〈햇빛 속의 모과나무〉(1992)를 만든 빅토르 에리세의 네 번째 장편이다. 미겔 가레이 감독은 33년 전인 1990년에 그의 친구이자 주연인 훌리오 아레나스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촬영을 중단한다. 그는 편집용 필름을 보다가 훌리오를 찾아 나선다. 이 아름다운 탐색의 서사에서 감독이 찾아 헤매는 것은 사라진 친구의 행방일 뿐 아니라 본인 내면에서 점차 소멸한 열정, 바로 시네마의 정령이다. 에리세는 전통적인 시네마가 사라지는 모습을 소리 없이 지켜본다. 필름, 편집실, 버려진 낡은 극장.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일곱 살에 〈벌집의 정령〉의 주연을 맡았던 아나 토렌트가 감독의 카메라 앞에 귀환할 때이다. 빅토르 에리세는 〈클로즈 유어 아이즈〉로 본인의 필모그래피와 영화사에 가장 시적이고 아름다운 작품 하나를 더한다. (서승희)
(출처 :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