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자크 리베트의 <누드모델>(1991)이 시간과 미의 예술이라면, <더 드리머>는 사랑과 꿈의 예술이다. 주인이 떠난 외딴 장원, 애꾸에 추하고 뚱뚱한 라파엘은 어머니와 지내며 그곳을 관리한다. 어느 밤, 상속녀 개랑스가 찾아온다. <미녀와 야수>를 레퍼런스로 삼았다고 밝혔듯이, 이건 21세기식 변주다. 개랑스는 벨처럼 순진하지 않다. 라파엘이 밤에 홀로 연주하는 민속 음악은, 현대미술가인 개랑스가 즐겨 듣는 일렉트로닉 음악과 다른 세계에 있다. 하지만 야수의 얼굴을 지닌 자가 가슴 깊숙이 간직한 사랑과 고통은 시대가 바뀌어도 불변이다. 라파엘 역할의 라파엘 띠에리는 영화의 주제를 연기한다. 작년에 <스칼렛>(2022)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그의 존재감은 영화 전체에 무게감을 부여한다. 외모 때문인지 그에게서 전설적인 배우 미셸 시몽이 연상되는데, 시몽이 익살맞다면 티에리는 야성적인 동시에 숭고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용철)
(출처 :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