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의 신작 는 로베르 브레송의 <당나귀 발타자르>(1966)에 대한 경이로운 재해석을 선사한다. 타이틀롤을 맡은 주인공 EO(당나귀 울음소리에서 착안한 이름)는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서커스단으로부터 ‘구조’된다. 이어서 우리는 EO가 농장에서 일하고, 훌리건들에 의해 축구팀 마스코트로 끌려 다니고, 소시지 공장에서 탈출하고, 머나먼 이탈리아의 저택까지 이르는 여정을 따라가게 된다. 동물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참으로 낯설고 위협적이며, EO가 거치는 고난의 행군은 예수의 수난에 비견될 만하다. 80대의 노장 감독은 자연 다큐 스타일과 아방가르드풍 실험 영화와 VR 체험을 능숙하게 오가는 완숙한 솜씨를 선보이는데,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연출은 EO가 갈망하는 해방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하다. 러닝타임이 길지 않은 영화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놓치지 말고 챙겨봐야 할 이름들이 몇몇 – 정확히 여섯 – 있다. (박가언)
(출처 :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