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서양의 고대 전설에서 펠리컨은 아픈 새끼에게 자신의 피를 나눠주는 희생과 모성의 상징이다. 데뷔작 <치명적 믿음>(2013)로 주목받은 독일의 여성감독 카트린 게베의 두 번째 작품 <펠리컨 블러드>는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 모성이 감내할 수 있는 극한의 자기 희생을 탐색한다. 입양한 딸 니콜리나와 평화롭게 살아가는 말 조련사 비프케는 또 다른 딸 라야를 입양한다. 단란한 세 가족을 꿈꾸던 비프케와 니콜리나의 일상은 폭력적 성향으로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 라야로 인해 위협받기 시작하지만 비프케는 결코 라야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짐짓 <오멘>에서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으로 이어지는 ‘악령의 아이’ 전통을 잇는 영화는 비프케의 맹목적인 모성에 주목한다. 그 어떤 거친 말도 조련할 수 있는 비프케의 의지는 불굴의 모성과 중첩되며 관객의 이성과 감성을 불편하게 파고든다. 독일 현대영화를 대표하는 배우, 니나 호스는 묵직하면서도 세밀한 명불허전의 연기로 영화의 감정을 이끌어간다. (박진형)
(출처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