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부터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까지 변태적 욕망을 다루면서 관객의 뇌리에 깊은 잔상을 남기는 영화들이 있다. 올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소개된 핀란드 영화 <개는 바지를 입지 않는다>도 이런 계보에 놓여있다. 사람들은 어쩌다 비정상이라 불리는 행동에 집착하게 되는가? <개는 바지를 입지 않는다>의 주인공에겐 널리 이해 받을 만한 이유가 있다.
아내가 물에 빠져 죽은 뒤,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살아가던 남자는 우연히 찾은 SM 클럽에서 마조히즘의 쾌락을 알게 된다. 고통을 선사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성적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SM 클럽의 여자를 만나고 차츰 육체적 아픔과 정신적 치욕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게 되는가 하면 그 정도가 점점 강해진다. 여자가 남자의 목을 졸라 죽음 직전까지 가는 순간, 남자는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털어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걸로 보인다. 우리는 남자의 병적 집착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영화는 그를 비난하는 대신 응원하는 놀라운 방법을 고안해낸다. (남동철)
(출처 : 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