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한 여자가 생크림을 한 땀 한 땀 짜고 있다. 불현듯 여자는 정성껏 만들던 케이크를 손으로 주물러 망쳐버리는 상상에 빠진다. 그녀의 이름은 이사벨. 이사벨은 코스타리카 시골에서 남편이랑 두 딸과 같이 산다. 그녀의 하루는 평온하다. 날마다 집안일을 하고 옷 수선과 재봉으로 가욋돈을 번다. 남편과 남편의 가족들은 셋째 아들을 원하지만, 그녀는 자기만의 옷을 만들고 의상실을 내고 싶다. 중앙아메리카의 빛과 열기가 느껴지는 영화에는 일상의 소리와 몸의 감각들이 충만하다. 카메라는 이사벨이 머리를 감거나, 딸들의 머리를 빗기거나, 재봉틀로 박음질을 하고, 옷감을 매만질 때의 감촉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영화의 제목인 ‘오미가스’는 스페인어로 개미를 뜻한다. 아무리 털어내도 식탁과 소파와 벗은 몸에 달려드는 개미처럼, 이사벨은 언제부터인지 멍한 현기증과 함께 뭔가가 불편하다. 일상적 관계 속 긴장과 소음을 배경으로, 여성이 가지는 감정과 욕망에 대한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이헌미]
(출처 :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