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심리학을 전공한 인드레는 생체 자기 제어 연구를 위해 정신병원을 찾았다가, 양극성 기분 장애를 앓는 파울리우스와 자살 시도를 한 주스테를 팔랑가의 다른 정신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일을 맡는다. 정신과의사도 아닌데 두 환자를 데리고 한나절을 가야하다니, 인드레는 불안하다. 아니나다를까, 이들의 여정은 예상치 못한 사건의 연속이다. 다행인 건, 그 사건이 그저 불안하고 위태롭기만 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별말 없던 세 사람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함께 겪으며 점차 가까워진다. 웃고 떠들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서로를 알아간다. 사이사이, 영화는 이들이 스쳐 지나가는 길가의 풍경과 가만히 창가를 바라보는 세 사람의 얼굴을 비춘다. 웃고 떠들다 다시 혼자가 되는 순간, 각자의 얼굴에 드리우는 그 묘한 정서. 그 얼굴은 이들의 ‘지금’이 얼마나 복합적인 기분 속에 놓여 있는지 절묘하게 드러낸다. 서정적인 장면 속에 예리한 긴장을 길어 올리는 연출이 날카롭다. 이 여정은 과연 성공적으로 끝날 것인가. 세 인물에게 이 시간은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가. 영화는 마지막 장면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해서, 그만큼 가까워졌다고 해서 어떤 사람의 마음을 진정 알 수 있을까. 아니, 그 어떤 것으로든 사람의 마음을 기계처럼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을까. 그 알 수 없는 여름의 이야기. [장성란]
(출처 :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